교육후기


처음 만나는 해부학, 주어로 시작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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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하게 되면 이미 시작은 끝난 거예요. 그래서 시작은 시작 전에만 유일하게 시작답네요. 그래서 우리는 그렇게 초심이라는 걸 쉽게 망각하고 강요하는 거예요. 이미 끝나버린 시작에, 어떻게 그걸 되찾을 수 있겠나요. 우리는 그냥 그것을 흘리는 대신 기억만 하고 있으면 충분해요.

 그런데 문제는 이것에 대한 기억조차 못한다는 데에 있네요. 사람들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기억하려고 하고, 반대로 이미 지나간 것들에 대해서는 기억하려고 하지 않아요. 만약 우리의 머리에 과거의 기억이 남아있다면, 그것 그냥 노력 없이 기억되는 것에 불과해요. 그러니까 어떤 식으로 생각해도 우리는 지나갈 것들에 대해서는 기억하려고 하지 않네요.

 큰 숙제를 드린 거예요. 진짜 기억해야 될 것은 시작과 동시에 왔던 것들이 아니라, 시작에 앞서 왔던 것들이요. 이것들만 잘 기억해나간다면, 그러니까 시작 이전의 주어가 시작이라면 무척이나 기억에 남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