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을 움직이게 하는 데에 있어 무조건적인 조건이 있을까요? 우리는 저마다 고유한 조건들을 지닌 채 살아가지만, 종종 특별한 상황에 의해 동일한 조건들이 주어질 때가 있네요. 그래서 어쩌면 무조건적인 조건이 존재한다고 여기고 있다면, 이렇게 주어진 조건들로 인해서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거예요.

 인간에겐 무조건적인 조건은 존재하지 않아요. 조건은 무조건을 허락하지 않아요. 조건이 나타내는 의미보다 훨씬 더 조건적인 조건인 거예요. 인간은 모든 현상에 대해서 새로운 현상을 만들어내거든요. 그게 생각이 됐든, 아니면 행동이 됐든 간에요. 그리고 이건 객체마다 그 결과는 언제나 각양각색이잖아요.

 저는 조건을 드린 건데요. 그럼에도 사람들은 (무)조건을 지향할 거라는 걸 잘 알아요. 그게 훨씬 더 강력해보이거든요. 마치 지구상에 존재하는 절대적인 법칙처럼 말이죠.

 제가 드린 조건들로 하여금 부자연스러움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조건들에 익숙하기 때문에 그렇게 민감하지 않아요. 그래서 되려 그렇게 민감할 만한 조건들을 드렸던 거예요. 그 조건보다 선행되어야 할 조건을 위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