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차이들은 우리에게 너무 많은 것들을 학습시켜왔어요. 이것과 저것 간의 간극은 이것과 저것을 구분 짓게 만들고, 또 각각의 것들을 고유성 짙게 정의하게 만들잖아요. 물론 때로는 그것들 사이의 간극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벌어져 있을 때에는 그 모두를 대하는 우리들의 자세를 한참이나 불완전하게 만들기도 하지만요.

 그렇지만 이 간극은 현실 세계에서는 영원히 지속적이지만, 우리들의 인식상에서는 지속적이지 않다는 게 중요한 거예요. 역설적인 이러한 사실을 두고 좀 더 쉽게 표현하자면, 우리에게 자리 잡힌 간극이 지속될수록 무뎌진다고나 할까요. 마치 인간 세상에서 발휘되는 발달과 성장 따위들이 하루하루를 놓고 본다면 아무런 변화 자극이 없는 듯 여겨지는 것처럼요. 이러한 차이 역시 우리에게 숱하게 학습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때와 그때 사이에 남아있던 간극조차 상당히 무의미해질 거예요. 너무 많은 차이는 한 대상을 부각시켜주지만, 이것은 한편으로는 그 남은 대상 역시 완연하게 만들어주거든요. 그래서 각각의 대상에 주목하다 보면 이전의 시선에서 가져다주던 차이를 조금씩 망각하게 돼요. 이제는 각각의 한 대상으로부터의 본성만 보게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