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후기


FAS 기능해부학전문가 27기, 정신보다 빠른 육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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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을 통해서 몸이 만족된다면 정신도 만족되어야 해요. 기본적으로 몸의 욕구들이 충족될 때, 우리의 감정도 한결 나아지지 않던가요. 이게 몸이 지닌 힘이거든요. 이 힘은 전혀 작지 않아요.

 사람들은 정신이 육체보다 빠른 걸로 알고 있지만, 정확히 반대에요. 정신은 그 속도를 평가할 수 없어요. 이건 오로지 움직이는 대상에게만 이야기되어야 해요. 움직임의 주체는 몸이니까, 속도의 가늠은 몸의 여부에 달린 거예요. 그래서 몸이 만족되면 정신이 만족되는 거예요. 육체가 먼저 가는 거고요. 정신은 그 다음에 와요. 물론 정신은 모든 과정에 있어요. 하지만 그것마저 이전의 행동에서 비롯된 것이니, 매번 그 다음에 왔던 거예요.


 해부학을 배우면 속 시원함과 답답함이 공존하게 돼요. 기존에 알지 못했던, 혹은 생각조차 못했던 것을 받아들이게 되었으니 얼마나 속이 시원해요. 그런데 동시에 너무 답답하거든요. 왜냐하면 해부학이 이것밖에 안 되는 것임을 알게 되니까.

 학문은 언제나 한계를 지녀요. 지금 이 말이 무슨 말인지를 안다면, 당신은 해부학을 제대로 본 거예요. 바꿔 표현하자면, 안 보이던 게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하니 얼마나 그것을 더 자세히 보고 싶겠어요. 그러니까 당연히 답답해지죠. 아는 만큼 보인다고 사람들이 말하지 않던가요? 여기에 하나를 더 추가해야 돼요. 아는 만큼 보이는 것 이상이나, 지금은 명확히 보이지 않는 것에 은연중 보기를 계속 원한다고.


 몸은 우리의 정신보다 빨라서, 정작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알아차리기가 정말 힘들어요. 그걸 쉽게 알 수 있었다면, 그 많은 사람들이 지금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렇게나 많은 이야기들을 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는 매번 해부학과 같은 이런 학문을 통해서, 또 한 번 느끼는 거예요. 우리가 배운 근육의 작용 이런 거 말고요. 몸의 작용이, 우리의 생각만으로 예상하기 어렵다는 것을요. 그래도 몸의 일부분을 알면 조금이라도 가까워지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