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후기


처음 만나는 해부학, 처음 만나는 몸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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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이라는 게 알고 보면 자연현상 중의 일부에요. 몸의 본능적이고 생리적인 현상들이 그렇잖아요. 우리는 이걸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태어났고,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도 계속해서 가지고 가요. 이런 면에서 우리는 이미 몸을 잘 알고 있다고 봐도 돼요. 그런데 문제는 이런 자연적인 현상들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나머지, 몸을 지니고 있음에도 좀처럼 인지하거나 실감하지 못한다는 데에 있어요.


 해부학을 왜 공부해야 하냐고 묻는다면, 그저 단순히 움직임을 분석하거나 학습하기 위한 수단으로 의의가 있는 것이 아니라, 방금 이야기한 것들에 있어요. 정확하게는 몸으로 불립하기 위함이에요. 이게 무슨 의미냐면, 가장 나답게 나다운 몸을 발휘하는 거예요.

 인간은 인간으로서 지닌 것들이 상당 부분 유사해요. 특별한 문제가 있지 않은 이상,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고, 귀로 타인의 음성을 들을 수 있고, 그리고 두 발로 그곳으로 갈 수 있어요. 그렇지만 눈으로 세상을 어떻게 보고, 귀로 타인을 어떻게 듣고, 또 그리고 두 발로 그곳을 어떻게 가는지에 대해서는, 나와 당신은 완벽하게 달라요.

 이런 측면에서 해부학과 같이 몸의 것들을 표현하는 것들은 앞서 이야기한 '어떻게'에 대한 것들에, 저마다의 느낌과 감정을 가져다줘요. 단순히 지식적인 것 말고요. 시 한 소절을 읽더라도 내가 살아온 반경과 깊이에 따라 그것으로부터 전해 받는 것들이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다른 것처럼요.


 그래서 몸을 움직이는 거고요. 그래서 몸을 학습하는 거예요. 그런데 몸이 있어도, 그리고 몸을 알아도 이런 것들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다면, 제가 이야기한 불립이 몸으로부터 나오지 않는 거예요. 분명 우리가 배우는 것들은 이것을 조금씩 가능케 만들지만, 애초에 몸을 바라보는 데에 있어 그 의의를 어디에 두냐에 달려 있어요. 언어로 표현된 몸을 보는 게 아니라, 몸에서 비롯되는 언어를 보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