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후기


FAS 기능해부학전문가 29기, 아쉬움 문득 묻어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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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우리 스스로 드는 생각 모두를 통제하지 못해요. 문제는 그것들을 조금이라도 더 통제하려는 의식 속에서 나와요. 의식도 분명 무의식이 반영된 양식이지만, 의식은 무의식보다 약하거든요. 그래서 생각하는 것들은 통제할 수 있어도, 생각 드는 것들은 좀처럼 통제하기 어려워요.

그렇다면 몸은 의식일까요. 아니면 무의식일까요. 우리가 몸을 의식할 수 있는 만큼 몸은 통제될 거고요. 반면에 몸을 의식하지 못하는 만큼 통제될 수 없을 거예요. 이런 면에서 몸도 우리의 생각과 같이 동일한 속성을 가져요. 정신이나 육체의 균형도 바로 이런 부분에서 나오거든요. 적당히 통제할 수 있고, 또 동시에 적당히 통제될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해야만, 우리는 그들 사이가 중화된 입장에서 때로는 육체를, 혹은 때로는 정신을 기르게 돼요.


삶은 늘 아쉬워요. 좋았던 경험 이후에도, 혹은 나빴던 경험 이후에도, 그 이후에 남는 건 당시의 시간과 상황이 남겨준 기억과 의미와 같은 것들을 포함하여 늘상 따라오는 것이 아쉬움이라는 감정이에요. 물론 아쉬움이라는 감정이 매번 그 당시로 돌아가고 싶은 심정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런 감정을 통해서 이 다음 일어날 일들에 대해서 생각하거나, 혹은 적어도 지금 당장의 모습 정도는 과거와 빗대어 생각하게는 만들잖아요. 그래서 아쉬움이 동반된 지나간 시간이라는 것은, 지금으로부터 맞이하게 될 시간의 여력을 최대한 마주볼 수 있게 만들어줘요.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요.


감정은 우리의 생각 이상으로 통제할 수 없어요. 그리고 이것은 더욱 확연하게 예고 없이 찾아오고요. 게다가 좀처럼 예상하거나 경험해보지 못한 감정이라면, 그 감정의 헤아릴 수 없는 강도로 인해 무언가를 통제해야겠다는 인지 자체도 잃어버리게 돼요. 하지만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알아차리게 되겠죠. 그때 들었던 감정이 당시의 나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말이에요. 그리고 문득 당시의 감정과 비슷한 무리가 지그시 몸에서 올라올 때, 그때 다시 생각이 들 거예요. 당시에 강렬한 감정이 가져다준 경험 이후에 내가 무엇을 해왔는지를요.


선생님들이 저와 함께 경험하셨던 그 감정들이, 어느 날 문득 몸을 다시금 인지하게 하고, 동시에 우리가 나눴던 이야기들이 다시 회상되었으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이번 기수는 다른 선생님들과 찍었던 사진과 교육영상이 모두 날아가서 무척 슬펐습니다..)